[관료마피아]① 해피아(해양마피아),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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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마피아]① 해피아(해양마피아),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

by forever~♧ 2014.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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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마피아]① 해피아(해양마피아),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

공무원들이 마피아처럼 드러나지 않는 조직을 형성해 각종 이권을 추구하는 행위는 오랜기간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발전을 가로막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300여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는 이런 공무원 마피아의 해악이 얼마나 큰지 여실히 보여줬다. 조선비즈는 해양분야를 시작으로 사회 곳곳에 포진한 권력지향 마피아 조직의 실태와 폐해를 파헤치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주]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모습. /조선일보DB
지난 28일 세월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빨간색 구명벌(구명뗏목) 4개가 떠올랐다. 사고가 발생한 지 13일만에야 구명벌이 떠오른 것이다. 사고 당시에는 펼쳐지지 않던 구명벌이었다. 세월호 구명벌은 배가 처음 취항한 1994년에 제작됐다. 2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나면서 세월호 구명벌은 망치를 사용해도 제대로 펼쳐지지 않을 정도로 낡았다. 하지만 지난 2월 한국선급은 세월호 구명벌 44개에 대해 모두 정상 판정을 내렸다.

구명벌 뿐만이 아니다. 사고 이후 세월호는 평형수 탱크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어 배의 복원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한국선급은 이런 문제를 사전에 제대로 지적하지 않았고, 수백개의 안전점검 검사 항목 대부분에 적합 판정을 내렸다. 한국선급의 검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아쉬움은 한국해운조합의 출항 전 검사에서도 이어진다. 세월호 선사는 선박에 당초 계획보다 훨씬 많은 양의 화물을 실었고, 제대로 결박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운조합은 이런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엉터리 허위보고서를 그대로 승인해 줬다. 한국선급과 해운조합 모두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해양마피아의 온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성호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은 해양수산부 출신으로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국토해양부 2차관을 지낸 대표적인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로 꼽힌다. 주 이사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한 이후 해운항만청, 해양수산부 연안계획과장, 울산지방해양수산청장, 해수부 수산정책국장, 국토해양부 해양정책국장, 중앙해양안전심판원장 등 해수부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지난해 초 국토해양부 2차관에서 퇴직한 주 이사장은 6개월만에 한국해운조합으로 자리를 옮겼다. 고위공직자가 퇴임 후 2년 안에 재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주 이사장은 심사를 받지 않았다. 공직자 관리의 사각지대에 해피아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 해수부 산하기관 14곳 중 11곳 해수부 출신이 기관장 

현재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14곳 가운데 해수부 출신이 기관장인 곳은 11곳에 이른다. 한국해운조합은 주성호 이사장을 포함,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해운조합 본부장(상임이사) 3명 가운데 2명도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고위간부 출신으로 사실상 한국해운조합 고위직은 해피아가 장악한 채 놓지 않고 있다. 주 이사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해피아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아지자 사고 발생 9일이 지난 지난달 25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선박의 안점검사를 실시하는 선박안전기술공단 부원찬 이사장도 해수부 출신이다. 부 이사장은 해수부 총무과장, 감사담당관, 여수지방해양항만청장을 거쳐 2011년 5월부터 선박안전기술공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부 이사장은 지난 30일 사의를 표명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대형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진행하는 한국선급도 해피아의 그늘 아래 있다. 한국선급은 1960년 출범한 이후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8명이 해수부를 포함한 정부 관료 출신이었다. 현 이사장인 전영기 이사장은 한국선급에서 30년 넘게 일한 내부 인사인데, 해수부 출신을 제치고 전 이사장이 선출되자 해수부에서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로 해피아들의 입김이 세다. 전 이사장도 이번 사고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해양수산부 출신 산하기관장 명단

이밖에도 인천항만공사, 부산항만공사, 여수광양항만공사,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해양환경관리공단,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울산항만공사, 항로표지기술협회, 한국어촌어항협회 등이 해수부 출신이 기관장을 맡고 있는 곳이다.

해피아들의 낙하산 행적은 민간업체로까지 이어진다. 한·중 노선을 운영하는 카페리 업체 11곳 가운데 4곳의 대표가 해수부 출신이다. 공공기관이 아니다보니 민간업체 대표들은 장기집권하기도 한다. 한중훼리의 박원경 사장은 2000년부터 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사장은 해수부 해운선원국장 출신이다. 대인훼리는 해수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인 이용우 사장이, 위동항운은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인 최장현 사장이 맡고 있다. 대룡해운 정홍 사장도 해수부 해운정책과장 출신이다.

◆ 낙하산 눈치에 관리는 소홀 

해수부 출신이 산하기관의 장을 맡다보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해수부가 감사를 해야하는데 자신들 위에 있던 상관이나 친한 동료들이 산하 기관장으로 가다보니 제대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

윤명희 새누리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선박안전관리공단의 선박 검사 합격률은 100%에 육박한다. 2010년 99.99%, 2011년 99.98%, 2012년 99.96%로 검사를 하는 의미 자체가 없는 수준이다.

선박안전관리공단은 최근 3년간 간부 4명이 선박 검사에서 점검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가 적발당했지만, 징계는 가벼운 수준의 ‘견책’에 그쳤다. 모두 해수부가 사실상 방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해수부 산하기관들의 부적절한 행태와 해수부의 부실한 관리는 국정감사에서 빠지지 않고 지적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연수원장은 지난해 국감에서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마음대로 합격자를 바꾼 것이 논란이 됐고, 인천항만공사는 자회사를 만들어 직원들을 낙하산 이직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 장관은 허수아비…해피아 장악 어려워

해피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장관조차 조직 장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수부 역대 17명의 장관 가운데 해수부 내부 출신은 이항규, 최낙정, 강무현 장관 3명에 불과하다. 그외 대부분은 경제부처 관료 출신이나 정치인 출신들이다.

1대 장관인 신상우 장관은 7선 국회의원이었고 국회에서도 국방위원장을 맡을 정도로 해양수산 분야와는 동 떨어진 인물이었다. 3대 김선길, 4대 정상천, 6대 노무현, 7대 정우택, 8대 유상남 장관도 국회의원 출신이었다. 현 장관인 이주영 장관도 정치인 출신이다. 2대 조정제 장관은 경제기획원 출신이고, 9대 김호식(재경부), 12대 장승우(경제기획원), 13대 오거돈(내무부), 14대 김성진(경제기획원) 장관도 해양수산과는 상관없는 분야의 관료 출신이다.

이런 식으로 정치인과 경제관료들이 장관 자리를 맡다보니 업무 이해도가 떨어지고 조직 장악이 힘들 수밖에 없다.

해피아들의 배타적인 성향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전임 장관인 윤진숙 장관 때였다. 윤 전 장관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을 지내다 해수부 장관으로 전격 기용됐다. 해수부 공무원들 입장에선 자신들에게 정책 보고서를 제출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장관이 된 셈이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윤 전 장관의 업무 장악이 쉽지 않았고, 이런 모습은 국정감사 등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윤 전 장관이 답변을 제대로 못하는데도 해수부 공무원들은 관련 자료를 빨리 전달하기는커녕 뒷짐만 지고 구경하는 모습이었다. 질문을 하던 국회의원들이 오히려 담당 공무원에게 빨리 자료를 장관에게 전달하라고 질타할 정도였다.

해피아들은 한국해양대, 목포해양대, 부경대 등 특정 대학 출신으로 똘똘 뭉치는 경우가 많다. 배타적인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장관이 계속 오다보니 자기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것이다.

해수부 공무원들과 많이 일을 해본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해양이나 수산은 일반 공무원들에게 생소한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보니 밖에서 업무를 잘하는 건지 평가하기 어렵다”며 “관리·감독이 쉽지 않으니 자기들끼리 뭉치는 문화가 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해수부 공무원들은 일부 억울한 부분이 있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지 않냐는 분위기다. 한 해수부 과장급 공무원은 “해수부 출신이 있는 해운조합이나 한국선급 같은 기관들이 이번 사고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만큼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세월호 사고가 수습된 이후 해수부 차원에서도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세월호 사고로 선박안전관리 책임이 불거지자, 선박운항관리 업무를 해운조합에서 떼어내고, 한국선급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국내 선급시장을 개방하는 등 뒤늦게 대책마련에 급급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해수부의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는 공무원과 관련 기관 운영진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마련하는 대책에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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